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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자료 아카이브

[강익중전-TV산수화] '무한대 멀티플 다이어로그)'

[강익중전-TV산수화] '무한대 멀티플 다이어로그(Multiple Dialogue ∞)' 
과천국립현대미술관 '나선형벽면(램프코아)1~4층'에서 2009년 2월~2010년 2월까지 
강익중(Ik-Joong Kang) 홈페이지 http://www.ikjoongkang.com/ 


'다다익선' 
삼층석탑을 연상시키는 백남준의 비디오작품. 뒤로 강익중의 '삼라만상' 

이번 전은 국립현대미술관 개관 40주년을 맞아 특별기획되었다. 이번 '멀티플 다이어로그(Multiple Dialogue ∞)'은 세계적 유망주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예술적 조언자(mentor)였던 故백남준에게 헌정하는 오마주전이다. 백남준의 '다다익선'과 강익중의 '삼라만상'이 만나는 '무한대 멀티플 다이얼로그(∞)'를 이룬다. 나선형 벽면(총길이 200미터)따라가면서 강익중의 6만여 점에 달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나는 이번 전을 하나의 산수화로 보고 싶다. 가운데 큰 탑이 있는 새소리 들리고 전자폭포가 떨어지는 TV산수화 십이지상 등 우주의 근간이 되는 것과 온갖 자연의 변화가 다 어우러지는 그런 전자 동양화로 보고 싶다. 

15년 전 1994년 휘트니미술관에서 선보인 백남준과 2인전 '멀티플 다이얼로그'의 후속전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백남준은 강익중을 알아봤고 그에게 용기를 보냈다. 강익중은 그의 신뢰를 받은 것이 너무 기뻐 펄쩍펄쩍 뛰었고 백남준이 주는 영감과 에너지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백남준 왈 "30세기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에 당황 그는 "우주적 농담자, 한낮에 별 보는 무당" 

백남준과 강익중 2인전 '멀티플 다이얼로그' 뉴욕 휘트니미술관 1994년 

강익중은 모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15년 전에 백남준선생으로부터 받은 감동의 에피소드를 토해낸다. 

1994년 강익중은 백남준과 2인전을 앞두고 당시 휘트니미술관 관장이던 데이비드 로스 앞으로 백남준이 보낸 딱 두 줄의 팩스를 지금도 잊지 못한다. "나는 괜찮다. 강익중이 더 좋은 자리를 가지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I am very flexible. It is very important that Ik-Joong has the better place)" 그때까지 두 사람은 한번도 만난 적도 없는 사이란다. 후배에 대한 백남준의 관심과 배려를 읽을 수 있다. 

또 강익중은 "2인전 이후에 백남준선생과 어쩌다 마주치면 '강익중! 언제 한국에서도 같이 전시 한 번 해야지' 하셨다며 이번 전시를 미리 예언하신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때 선생이 씩 웃으시면서 30세기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라는 질문을 뜬금없이 던져 주변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단다. 백년을 내다보기도 힘든데 천년 후인 30세기도 내다보며 '우주적 농담을 하는 인물이자 '한낮에 별을 보는 무당이다'라고 생각했단다. 

강익중 작가가 자신의 작품배경에 설명하는 영상자료 중 한 장면.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 변함이 없다. 

강익중은 예술가를 "자신의 눈으로 세계를 보고 거기에 말을 거는 사람이다"라고 정의했는데 그렇다면 그 자신은 누구인가? 그는 한마디로 어처구니없는 꿈도 당돌하게 믿는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같은 작가라 할 수 있다 

그는 1960년 충북 청주에서 출생했다. 1984년 홍익대 서양(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건너가 1987년 미국 프랫인스티튜드를 졸업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상을 수상하면 그 이후에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다. 

뉴욕유학시절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3인치짜리 작은 패널은 이 시절과 관련이 있다. 그가 과일가게와 옷가게에서 하루에 12시간의 점원과 잡역 등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그림을 그리려면 손에 쏙 들어가는 작은 캔버스가 필요했단다. 그래서 그는 그 작은 캔버스를 사용했다. 

유화작가들이 그림을 그릴 때 붓을 쓰듯 그는 3인치짜리 패널로 작업을 시작하였다. 보통 그림은 점이나 선으로 시작되지만 강익중의 작품은 3인치짜리 패널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그는 역설적으로 가장 작은 것으로 가장 큰 작품을 만드는 설치미술가가 되었다. 

백남준과 강익중 두 작가는 전시장에서 형제처럼 서 있다. 서로 많이 닮았고 선한 웃음이 비슷하다. 

두 작가 여러 모로 닮았다. 우선 참여와 소통, 비빔밥(통합이나 창조적 결합) 정신, 삶의 예술화, 미술의 생활화 관객을 작업에 끌어들이기 등이 그렇다. 그리고 인문학적 기초가 튼튼한 휴머니스트이고 웃음과 유머, 인간미가 넘치는 평화주의자이다. 또한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다는 점이 같다. 

다원형벽면(램프코아)를 따라 꼭대기까지 올라가면, 네온으로 흐르는 전자폭포를 만난다. 산수화의 현대화다. 

이 현대화되고 기계화된 전자 TV산수화에서 뒤에 폭포가 떨어지는 것이 보인다. 가운데 큰 탑은 바로 백남준선생이 만든 우리들이 꿈을 비는 모습이다. '다다익선' 좋은 꿈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그런 꿈이 쌓여서 결국은 큰일을 내는 것이 아니겠는가. 통일이나 평화 그리고 화해와 융합 등 말이다.  

이 전시공간이 들어서면 마치 고즈넉한 사찰에 온 기분이다. 그러나 조용하지만은 않다.  전통과 전위가 공존하는 분위기라 처음에는 낯설고 야릇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재미있다. 일종의 비빔밥 미학이라고 할까. 하여간 어디서나 맛볼 수 없는 것이다. 

그의 3인치 작은 패널 속에는 부처, 문자, 기호, 달항아리 등 한국적 이미지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동시에 첨단의 IT기술로 만든 오브제, 영상, 음향, 미디어 등이 설치되어 있다. 이런 작품 사이로 산수화분위기를 풍기는 새소리, 폭포소리, 바람소리, 시냇물 소리, 다다미소리, 우리 가락과 승려의 염불 외우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리고 빠른 속도로 변화는 1,003개로 로 된 백남준의 비디오 '다다익선'과 이 높은 탑을 감싸안으며 느린 가락에 춤추는 듯한 강익중의'삼라만상'이 만나게 되고 그들은 쉼 없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다. 그 벽 사이에 큰 바위 흉내를 낸 돌출 큐브들도 보인다. 


유난히 전자폭포가 멋지게 보인다. 그 사이로 달빛에 반사되어 흐른다. 은은한 불빛이면서 유혹적이다. 언제 이렇게 많은 작품들은 부지런히 만들었다니 궁금하다. 그 답을 그의 '그림 그리는 법'에서 나온다. 

"반 쯤 눈을 감고 그린다. 가능하면 왼손으로 그린다. 못 그려도 그린다. 기뻐도 그린다. 배고파도 그린다. 졸려도 그린다. 아는 것을 그린다. 쉬운 것을 그린다. 옆에 있는 것을 그린다. 듣고 보고 배우며 그린다. 누워서 그린다. 서서 그린다. 뛰면서 그린다. 반 쯤 눈을 뜨고 그린다. 히- 웃는 나를 그린다"  - 강익중의 '그림 그리는 법' 


이곳에 들어서면 한국의 자연과 정신 21세기 정보화로 구현한 것 같다는 착각이 든다. 이런 벽화들은 천지인의 사상이 담겨 있다. 마치 무속에서 보는 서낭당이나 사찰입구에서 보는 천왕문도 연상된다. 하늘과 인간과 대지를 연결 짓는 상징물들을 모아놓은 것 같다. 

작품 제목은 '평화를 위한 작은 조각들'(Small Piece for Peace) 2007년작 독일 하일리겐담 

강익중은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으로 초대되어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고 1990년대부터 세계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벽화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그의 작품에 지금도 주문이 쇄도한다. 위 작품은 2007 6월에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열리는 선진8개국정상회담(G8)의 개최국인 독일정부와 독일유네스코위원회가 그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49개 나라 어린이들이 만든10만여점 그림조각을 한데 모아 설치한 작품으로 동심이 담긴 정겨운 손길과 그 나름대로의 아이들의 상상력이 그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작품제목은 '평화를 위한 소품(Small Piece for Peace)'으로 2002년 UN의 의뢰를 받아 전 세계인에게 선보인 '놀라운 세상'과 같은 연작이다. 

'평화를 위한 작은 조각들'(Small Piece for Peace) 작업하는 아이들 

'평화를 위한 소품'은 '균형 잡힌 세상(Balance)'라고 이름 붙인 전시회장 중앙에 설치되었다. 위에서 보듯이 전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수집한 수만 장의 그림들이 여기에도 역시 이용된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미래의 꿈과 희망이 담겨져 있다. 

"어린이는 통일이라는 집을 짓는 건축가이고, 화해의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1999년 파주 통일동산에서 가진 전시 '10만의 꿈'으로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강익중은 1999년에는 분단한국에서 이미 이런 설치작품을 파주통일동산에 만들었다. 아래는 작가가 이 프로젝트를 만들 때 작가가 생각한 기획 동기는 참신하면서도 명확하다. 

한반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는 조국이 둘로 나눠지기 전의 이야기를 어른들로부터 늘 들어왔다. 헤어진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에 찬 그분들의 눈빛이 점차 절망의 어두움으로 변해가는 것도 알고 있다. 통일은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만약 우리가 순수한 어린이들의 눈을 통해 미래를 함께 바라볼 수만 있다면 분단의 골짜기가 조금씩 좁혀지고 화해의 물꼬가 터진다고 믿는다. [...] 

'십만의 꿈' 이 당장 통일의 꿈을 실현시켜 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 얼어붙은 파주의 언덕에서 시작된 이 전시가 앞으로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며 혼돈과 분쟁의 세계사에 희망과 꿈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든든한 다리의 역할을 해 주리라고 믿는다. 어린이가 희망이다.  - 강익중 '십만의 꿈' 

참으로 눈물겨운 염원이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꿈을 피우는 마음으로 썼을 것이다. 현재는 임진각에서 '평화의 다리' 놓기 위한 구상은 다 해 놓았다. 참 멋진 발상이다. 강익중의 작품에 통일와 평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가 말하는 통일국가에 살아갈 미래의 어린이들을 미리 내다본 것이다. 그가 남긴 이런 말은 정말 멋지다. 

"어린이는 통일이라는 집을 짓는 건축가이고, 화해의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다" 

'놀라운 세상(Amazed World)' 설치미술 2002년 장소는 UN본부 

앞에서도 언급한 2002년 유엔본부 내 설치된 '놀라운 세상(Amazed World)'전은 135개국 어린이들이 참여했고 그들이 생각하는 꿈을 그려 보내온 38,000개의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그의 발상이 참신하고 독창적이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통해 세계 주요국가 정상들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놀라운 세상(Amazed World)' 설치미술 2002년. UN본부입구 

이런 작은 그림을 비빔밥처럼 하나로 녹인 작품을 보면  평화 공존 화해 통일 조화 균형 등등의 단어가 떠오른다. 

일본 도쿄에서 전시된 강익중의 설치작품 

강익중은 이렇게 전 세계 어린이가 보내 온 수만 개의 작은 그림을 통해서 이 땅의 평화를 심으려 한다. 이런 작품은 세계 각지의 특히 어린이병원에 벽화를 장식될 것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이나 중남미에도 이런 벽화가 걸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알리센터 '희망과 꿈(2005)' November 19, 2005  Hope & Dream, Muhammad Ali center By Ik-Joong Kang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어린이 작품을 수집하여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이 역시 강익중답다. 노벨평화상 감이다 

It is a great honor to be a part of a dream factory, The Muhammad Ali Center. My name is ik-joong kang. I am a painter and a collector. I collect dreams, dreams of the children. For the last 7 years, I’ve collected over 125,000 children’s drawings from 141 countries. I asked children their dreams and children answered back with a 3"x3" paper filled with their stories. The first drawing I received was from a child in Cuba, with a surprising image of Palestinian and Israeli children hugging each other. Children facing severe hardships, including orphans in Mexico, refugees in Azerbaijan and children with Aids in Uganda participated. More than 300 drawings came from Afghan refugee camps in Pakistan. A 12 years old Uzbekistan girl says, “I have six sisters but I want brother", in her drawing of herself pushing a little brother in a stroller. A boy from Congo made a beautiful drawing with an inscription, " the way to survive in Africa - never see, never talk and never hear". A young Switzerland child designed a house walking with robot legs. A 10-year-old Italian boy is making a wonderful over- head kick in World Cup soccer game. In 1999 we created “100,000 Dreams”. Thousands of drawings were displayed inside a one-kilometer long greenhouse near the DMZ, borderline between North and South Korea. It was lit up at night, as if to invite North Korean children on the other side to come out and play. We followed this project with “Amazed World 2001,” an installation composed of 34,000 children’s drawings from all over the world, at the headquarters of the United Nations in New York. The project was supposed to be open on Sept. 11, 2001. The dreams of the children were waiting to be heard and seen in uptown New York, while the tragedy struck in downtown Manhattan. Drawings are from the mountains in Tibet, street corners in Hong Kong and from the war zone in Iraq. Amazed World is like a building a big house, house with a big roof and big wall, but with many small windows. Windows of the dream. Children come into the big room and say hello to each other and hug each other, and all their windows of dream placed next to each other for us to see. Now we plan to collect millions or billions of children’s dreams, which, I believe, can connect the villages, countries and the entire world. One drawing says, “A wall of dream can break down the wall of hatred and ignorance that separated us for a long time.” Children’s drawing has a magical power. Through their drawings, a divider becomes a connector, a winter becomes a spring. A night becomes a morning. And the enemy becomes the friends. “What is your dream?” When I asked. A child answered back. “Hey, Mr.kang, what was your dream and what is your dream now?” We have to answer. Now. Before it’s too late. Thank you. 

광화문 복원현장에 있는 '광화의 꿈' 

보수중인 광화문. 이 작품에서는 특히 깨지고 망가진 것을 감싸안으려는 작가의 남성 속 여성을 느낄 수 있다. 

'5만의 창과 미래의 벽' 경기도 미술관  2008년 9월 6일 완공. 사진 김준호기자 

최근 작품으로는 경기도미술관의 '희망의 벽'이 있다. 이 역시 전국 5만 어린이들의 꿈을 모아진 것이다. 5만의 창과 미래의 벽이란 제목이 역시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다. 작품을 통해서 작가와 어린이와 완전히 하나가 된다. 


3월 27일 경기도미술관에서 직접 찍은 것인데 사진이 생각처럼 나오질 않네요. 지금 '2008 공공의 걸작 경기도미술관 신소장품전'이 지금 열리고 있다. 5만명의 어린이의 손길이 합쳐져서 그런지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번 백남준 강익중 2인전은 강익중 작업의 중간 완결판 내지 종합판이다. 지금까지 작업을 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아낌없이 투자했다. 믿기 힘들 정도로 작품의 완성도도 높다. 작가는 신들린 듯 작업을 했을 것이고 관객의 입장에서 그 놀라운 스케일에도 어떤 짜증이나 힘겨움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환희와 기쁨이 넘쳐난다 

한마디로 살가운 혹은 정겨운 작업이다. 아기자기하면서 규모가 크고  하찮아 보이지만 웅장하다.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이기도 하다 이런 여러 상반된 요소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큰 미술 한마당을 이루고 있다. 


'다다익선' 선은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좋은 것이다. 돌탑을 쌓아 소원을 빌던 그 시절의 간절한 정성과 염원이 그대로 살아있다. 삶에 기운생동하게 하는 기운이 느껴지고 생생하게 살아남기 위한 처절함 몸부림이나 하늘로 치솟는 것 같은 그리움이 듬뿍 담겨 있다. 

사실 우리는 너무 힘겹고 고된 역사를 살아왔다. 국민들은 몸과 마음고생이 너무 심하다. 그러나보니 본심을 잃어간다. 호연지기와 청빈낙도, 사회적 약자나 나그네를 대접하는 전통 등을 되찾아야 한다. 

그런데 요즘 자살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앞만 보지 말고 달려서인가. 하늘도 보고 꽃도 감상하면서 하늘과 땅, 사람과 식물을 두로 보살펴야 할 것이다. 높은 꿈과 이상을 다시 찾아야 한다. 다다익선처럼 일상에 충실하되 높은 꿈은 많이 쌓으면 쌓을수록 좋은 것이다. 

남북통일 되려면 1,500도 열에서도 참고 견디고 서로 인정하며 이해하고 아끼고 도와주어야 


달항아리는 한국미의 최고봉으로 '포용이나 관용의 정신'을 상징한다. 강익중만큼 포용적 세계관을 추구하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평화와 공존'을 주제로 삼는다. 하긴 그동안 정치인이나 종교인들이 이 말을 너무 많이 써먹어 죽어버린 단어지만 강익중은 그 말의 진짜 뜻을 살리고 있다. 

미술평론가 정준모선생이 그랬던가. "달 항아리 위 것과 아래 것 하나가 되려면 1,500도에서 참고 견디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남북이 통일이 되려면 바로 1,500도의 열에서 참아야 하고 서로을 인정하며 이해하고 아끼고 도와주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달항아리의 정신이고 민족이 사는 길이고 세계평화를 얻는 길이다. 


그의 그림의 정체성은 재료선택에서 나온다. 아주 한국적 소재를 첨단의 음향과 영상에 담았다. 작가가 어려서 본 것 들은 것 깨우친 것, 갈고 닦은 것 등을 작품에 적용하여 형상화한다. 

백남준의 장난감 같은 비디오작품도 여기에 같이 등장한다. 

3인치 작은 그림들이 다른 그림들과 만나 나날이 증식하고 새로운 의미를 생산(생성)시킨다. 또한 작품끼리 모여 형제자매처럼 어우러지고 시공간을 초월하는 작가와 관객, 전통과 현대, 자연과 인간과 서로 소통하는 장면을 열어주고 보여준다. 


백남준이나 강익중 두 작가의 키워드는 역시 '소통과 참여'다. 나도 백남준의 비디오와 강익중의 달항아리 속으로 들어가 본다. 거기 거대한 TV산수화가 있다. 거기서 전통적 멋과 현대문명의 진수를 맛본다. 


우리는 여기에 와서 맛있는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멀티미디어 아트(Throw Everything Together and Add) 비빔밥이다. 백남준이 그랬듯 강익중은 이 세상에 모든 잡동사니를 다 동원한다. 거기서 사람과 사물, 음향과 영상, 자연과 기계 등을 같이 담근다. 넉넉한 달항아리에 담아 그것을 먹고 마시고 술 취한다. 


작은 패널이 시시하고 하찮아 보여도 다 모아놓으면 웅장하고 경이롭고 놀랍다. 칠성신 모시는 무당이 되기도 하고 미륵불이 오시는 용화세계가 되기도 한다. 한국문화의 뿌리인 무속과 불교, 유교와 도교가 산수화처럼 하나의 큰 우주로 담겨져 있다. 그러면서 통합과 관용과 열린 마음, 대자대비를 염원한다. 

세계평화는 민족통일에서 시작 


'다다익선'은 겨레의 염원이 품은 큰 탑(1)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일찍이 "코리아는 동방의 등불로 다시 빛날 것이다"라고 예언하지 않았던가. 

동양과 서양. 선함과 악함, 얻음과 잃음, 기쁨과 슬픔, 동양과 서양이 하나의 세계 속에 녹아지고 융합하여 서로를 포용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다시 말해서 세계의 평화와 민족의 통일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말이다. 백남준과 강익중의 평화정신은 궁극적으로 민족통일에서 오는 것이다. 한국문제 해결 없이 세계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한국이 통일되면 세계의 평화는 저절로 완성된다. 

'다다익선'은 겨레의 염원이 품은 큰 탑(2) 

강익중은 꿈을 쉽게 믿어버리는 동심의 시인이다. 어떤 어려움이 와도 포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미쳐서 작업한다. '십만의 꿈'도 그래서 나왔다 그는 천진스럽게 꿈이 이루어진다는 것에 대해 추호도 의심이 없다. 그래서 평화와 통일을 이야기 한다. 왜냐하면. 세계평화의 완성은 한반도의 통일이기 때문이다. 


한 소녀는 백남준의 피아노를 디카를 찍는다. 이것도 하나의 소통이다. 상호 간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이제 끝으로 피아노를 쳐 보자. 산사의 풍경, 달항아리, '다다익선'과 '삼라만상'을 통해 해와 달, 산과 물, 새와 폭포, 바람과 구름을 본다. 우리 시대의 TV산수화다. 두 작가는 동서남북 문화가 건너갈 수 있도록 통일과 평화와 화합의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 여기서 백남준을 위한 추모곡하는 피아노연주를 권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