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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70대 (2002-2006)

[백남준] 그의 예술론("고속도로로 가는 열쇠[로제타 스톤]" 1996년 전문

이 제목은 '인터넷'을 연상시킨다)의 키워드를 친절하게도 총정리해 로제타석에 새기다. 참 특이한 일이다. 원래는 5개국어로 적혀 있는데 모두 한글로 바꾸다] <맨 마지막 문장이 재미있다. "무릇 늑대의 세계에서 더 진보한 것은 별로 없다" 지금이 선사시대보다 나아진 것이 별로 없다는 소리인가?>

 

// 나는 내 비디오에서 쿠르트 슈비터즈(Kurt Schwitters: 독일의 화가·판화가·조각가)의 발전을 본다. 비디오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에 기초한 정보'(Time-based information) 즉 '무중력 정보'(No-gravity Informalion) 라는 것에 착안하게 되었는데, '무중력 정보'는 역사기록 (점토, 판, 석주, 죽간, 목간, 양피지, 종이) 이전 시대, 즉 부족사회 시대와 사유재산 발생 이전이자 농경 기술 이전의 유목시대일 때 정착된 것이다. 따라서 나는 한국 반도에서 이스라엘 아일랜드에 이르는 유라시아 대륙의 기마민족의 행적에 관심이 가게 되고, 어릴 때의 바르톡(Bela Bartok) 발견을 재해석하게 되었다. 대신 그 기마민족은 내 개를 죽여서 잡아먹었다. 작품들의 특성은 걱정(agony)에서 리비도(libido)로 바뀌었는데, 샬럿(Charlotte)의 몸, 미학, 성격 그리고 비디오 고유의 물질성 때문이었다. 나는 내 피 속에 흐르는 '시베리안-몽골리안'요소를 좋아한다. 나는 존 케이지의 친구라서, 선승(禪僧)의 성향을 좋아한다. 보이스는 벌써 준비해 놓은 붉은 비엔나제(製) 명품 피아노에는 손 끝 하나 안댔다. 흑판에(그는 흑판에 이상한 집념이 있다. 아마 시골 소학교 때 짧았던 평화와어릴 때 네덜란드 국경의 촌티 나는 교실의 담임 선생님에 대해서 깊은 추억이 있는 모양이다) 눈 위를 달리는 늑대 발자국, 그리고 뮤즈(Muse) 신호 같은 것을그 아래 적었다. 잭슨 맥로(Jackson MacLow)는 무정부주의적 타이를 매고 엑스씨(Mr. X)는 트로츠키주의적 타이를 맸다. 맥로는 몽골-만주 기마민족인데, 우리에게 두 가지 중요한 유목시절의 소통방식을 알려 주었다: 1. 문법: 2. 말. 플럭서스는 다른 사람들보다 과하게 노력한다. "인도는 바퀴를 발명했지만, 플럭서스는 인도를 발명했다." 마키우나스는 이 농담을 좋아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젊은이들이 플럭서스로 돌아섰다. 나는 케이블 텔레비전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너무 높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1947년에 쇤베르크의 싱글 곡, '피아노를 위한 소곡, 작품 번호 31'을 갖고 있었다. 나는 쇤베르크가 가장 급진적인 사람이어서 그를 선택했다. 남자들은 아기들이다. 만일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정신성에 대해 말할 수 있다면, 팝아트와 플럭서스는 이미 교화된 자들을 교화시키는 대승불교 종류이다. 미디어(Media)란 중세 신학의 개념으로서 신과 교류하는 수단, 매체를 의미하는 낱말이다. 굿의 어원은 몽골어의 얼(정신 자체)이니 미디어와 굿이란 거의 같은 말이다. 의심할 여지 없이 나의 몽고 선조들은 이 문화로 내게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필름과 텔레비전, 즉 소프트 정보뿐만 아니라 언어 변화체계(하드 정보)도 어떤 계몽이다. 텔레비전만이 이러한 변성과 피드백을 가능케 한다. 농업 경제가 시작되기 이전에, 모든 정보는 무중력 시간 정보일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돌이킬 수 없는 것이나 두려워하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다. 나는 1962년 플럭서스에 가담했다. 무릇 늑대의 세계에서 더 진보한 것은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