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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30대 (1962-71)

[백남준] <장자의 '허심'과 백남준의 '황홀'> -강신주: 망각과 자유 중에서

[강신주 에세이, 망각과 자유] <장자의 '허심'과 백남준의 '황홀'> - 장자로부터 백남준으로 혹은 백남준으로부터 장자로

<A(
본심)=-A(허심)이 되는 지점이 바로 황홀이다 - 백남준> / <백남준은 '단군과'에 속한다. 나에게 가장 황홀한 순간은 내가 남에게 이익을 주는 일을 했을 때이다 즉 A(본심)=-A(허심)> /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해 이를 설명한다: 사르트르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항상 내가 아닌 자로 존재하고, 나는 항상 내가 존재하는 자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끊임없는 황홀 상태는(자기 존재를 벗어나는) 통상적인 상태에서의 인간의식의 '일반적인 상황이다>

 

장자가 도추(혹은 허심: 창조적 긴장의 순간을 상징한다 '옳다-그르다'가 다 무한한 소통으로 정립된다)를 이야기하는 바로 그 자리에 백남준은 '황홀(ecstasy)'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물론 이 황홀은 정신착란의 자리가 아니라, 내가 나를 극복하는 자리, 다시 말해 내가 내가 아닌 자리를 상징합니다. 이 점을 볼 때 황홀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나로서 식별할 수 없고, 오직 하나의 현기증만을 느낄 뿐입니다. 백남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지요.

 

[백남준 왈] "황홀이라는 어휘의 두 가지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스어로 이는 eksistnai (ek=넘어서는, 밖의 histani=세우다, 서 있다)로 쓰였다. 원래 이 단어는 시적 영감의 광기, 운송 혹은 신성한 것을 응시함으로써 느끼는 정신적인 황홀의 상태를 의미했다. 다시 말해 완전히 합일의 순간, 영원한 현재의 존재, 의식의 어떤 비정상적인 상태, 무의식 또는 메타의식, 극도의 집중. 어떤 신비주의자들은 곧잘 자신을 망각한다.

 

장 폴 사르트르는 이 어휘(황홀)를 정상적인 상태의 인간의식을 분석하면서 사용했다. (존재와 무) 사르트르에 의하면 인간의 의식은 (코기토) 항상 자기 존재, 자기 자신과의 결합을 허용하지 않는 어떤 존재다. 인간은 사유를 피할 수 없고, 그러므로 항상 질문하는 행위를 피할 수가 없다. 사르트르 자신의 말을 빌리자면 "나는 항상 내가 아닌 자로 존재하고, 나는 항상 내가 존재하는 자로 존재하지 않는다." 이 끊임없는 황홀 상태는(자기 존재를 벗어나는) 통상 적인 상태에서의 인간의식의 '일반적인 상황이다." - 백남준

 

백남준은 '황홀'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eksistnai' 를 숙고합니다. 이어서 이 단어가 'ek'라는 어근과 'histani'라는 어근으로 구성된 것임을 강조합니다. 결국, 황홀이란 단어는 넘어서 서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황홀의 상태를 설명하면서 백남준이 사르트르(Jean-Paul Sartre, 1905~1980)'실존 개념, "나는 항상 내가 아닌 자로 존재하고, 나는 항상 내가 존재하는 자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떠올린 것도 우연한 일은 아닙니다. '실존(existence)'이란 바깥으로(ex) 향하는 존재'를 의미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백남준에게 있어 인간은 내면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부단히 외부로 나아가고 그럼으로써 자신을 극복하는 존재였던 것입니다.

 

백남준이 강조하는 것처럼 넘어서 서 있다'는 것은 A가 자신이 아닌 것, A로 건너간다는 것을 함축합니다. 그래서 <A=-A>가 되는 지점이 바로 황홀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장자가 이야기했던 <도추>의 상태가 아닐까요? 앞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그렇다고 하더라도 장자의 도추나 백남준의 황홀이 전체와의 신비한 합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오직 내가 아닌 타자를 끌어안고 그것과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을 확보한 상태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점에서 황홀이나 도추의 상태는 새로운 창조와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역량을 회복한 마음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엄청난 시공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두 대가가 비록 표현은 다르지만 동일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 말입니다. - 118


백남준은 사르트르의 이 문장을 좋아했다 <A=-A> This quote from Sartre, "I am always exist what I am not, and I am not always exist what I am," reflects the core of his existentialist philosophy, specifically the concept of "being-for-itself" (pour-soi) and "being-in-itself" (en-soi). It highlights the human condition of constantly striving to define oneself while simultaneously being aware of what one is not, and how this process shapes our freedom and responsibility.


사르트르 원문 :  La citation "Je suis ce que je ne suis pas, et je ne suis pas ce que je suis" est une formule complexe de Jean-Paul Sartre, tirée de son œuvre majeure, "L'Être et le Néant". Elle exprime la nature de l'existence humaine selon l'existentialisme sartrien, où l'homme est un être en devenir, constamment en proie à une tension entre son être-en-soi (ce qu'il est objectivement) et son être-pour-soi (ce qu'il choisit d'êt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