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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사유에 대한 단상

[백남준] 비디오 철학자: 비디오를 조형매체만 아니라, 철학매체로 탐구

[백남준: 비디오철학자] 서양철학의 핵심인 '이데아'(idea). 플라톤 철학의 영원하고 이상적 예술 이미지를 가리키는 이데아(idea)를 '텔레비전의 별명을 연상시키는 '바보상자'(idiot) 말로 고치면서 서양철학의 대부를 심하게 욕보이다.

 

1972년 비디오 전문 잡지 <래디컬 소프트웨어>의 편집자들에게 쓴 <빙엄턴에서 보내는 편지>라는 글에서 백남준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950년대 자유주의자와 1960년대 혁명가 사이의 다른 점을 말하자면 전자는 진지하고 회의적인 반면, 후자는 낙관적이며 즐길 줄 알았다는 것이다.

 

누가 사회를 더 변화시켰을까?" 1960년대가 낙관적이며 즐길 줄 아는 해프닝, 팝아트, 플럭서스 운동에 의해 사회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본 백남준은 그 뒤를 잇는 1970년대를 변화시키는 것이 바로 "의심의 여지없이... 비디오"라고 보았다. 이때 백남준은 "비디오video-비디아videa-비디어트vidiot-비디올로지 videology"라는 문구를 사용하고 있다.

 

플라톤 철학의 영원하고 이상적인 예술의 이미지를 가리키는 이데아idea, '바보상자'라는 텔레비전의 별명을 연상하게 하는 이디어트 idiot, 그리고 정치사회적 접근을 암시하는 이데올로기 ideology라는 단어와 비디오video를 각각 결합한 것이다. 백남준이 비디오를 단지 미술의 조형 매체로서만이 아니라 철학적, 사회적 매체로서도 탐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998년 작품 <아래, 난 결코 비트겐슈타인을 읽은 적이 없다>도 같은 맥락. 20세기 서구의 유명한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을 흔히 20세기 플라톤으로 비유하기도 하는 데 백남준은 그걸 거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