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네틱스와 예술 Cybernetics and Art 발표자: 홍성욱(Sung Ook Hong) 서울대 과학사 교수] II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는 미국의 수학자 노버트 위너(Norbert Wiener)가 제창한 과학 분야이자 방법이었다. 사이버네틱스의 핵심은 유기체와 기계 모두에 정보교신(communication)을 통한 통제라는 메커니즘이 존재하기 때문에 유기체와 기계의 행동을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통제는 아웃풋의 일부가 마이너스 방식으로 시스템에 되먹임 되는 ‘음의 피드백(negative feedback)’이 담당했다.
사이버네틱스의 아이디어는 예술가들 의해 차용되었고, 이 중에는 백남준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의 에세이 「사이버네틱 예」(1965)은 사이버네틱스와 비디오 예의 관계에 대한 백남준의 중요한 통찰 과 철학을 담고 있다. 이 에세이는 “사이버네틱화된(자동화된) 예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자동화 된 삶을 위한 예은 더 중요하며, 후자는 꼭 사이버네틱화될(자동화될) 필요는 없다.(Cybernated art is very important, but art for cybernated life is more important, and the latter need not be cybernated.)”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렇지만 백남준이 비디오 아트에 차용한 사이버네틱스는 결과적으로 위너의 사이버네틱스에서 벗어났 다. 예를 들어, 백남준은 텔레비전 수신기의 회로를 조작해서 이미지를 변형하고 관객이 이런 변형된 이미지들을 다시 조작하게 했는데, 이는 예가, 예작품, 관객 사이에 또 다른 피드백 회로가 만들어 지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진 예은 근본적으로 예가나 관객의 정교한 통제나 예측을 벗 어났다. 이러한 미결정은 비디오 예에 관객이 참여해서 예가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예 작품과 그것을 둘러싼 환경에 조작과 개입을 가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백남준이 해석한 사이버네틱 시 스템에서는 대상과 관찰자 모두가 상호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변화했는데, 그는 이러한 비결정적인 상호 관계를 동양철학과 불교의 창을 이용해서 재해석했다.
사이버네틱스 예에 대한 이런 철학과 구현은 60년대 출범한 ‘제2차 (질서) 사이버네틱스’(Second-order cybernetics)와 흡사. 2차 사이버네틱스는 관찰자를 시스템에 포함시켜서 관찰자도 피드백 루프의 일부라고 파악한다. 위너의 사이버네틱스가 관찰된 시스템에 대한 것이라면, 2차 사이버네틱스는 관찰하는 시스템에 대한 것. 여기에서는 관찰하는 존재가 대상에 영향을 주고, 시스템 일부를 이룬다. 따라서 관찰하는 주체와 무관한 객체는 존재할 수 없다. 실재는 외부 세상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관찰과 인식의 구성물이다.
2차 사이버네틱스를 제창한 '하인츠 폰 푀르스터'는 이런 이유에서 객관적 진리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고, “진리는 거짓말쟁이의 발명품”라고 선언. 그의 이런 철학은 동료였던 '고든 파스크' 작품에 잘 구현되어 있다. 본 발표에서는 2차 사이버네틱스와 백남준, 고든 파스크 작품을 연결시켜서 사이버네틱스와 예의 관계를 살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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