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철학자 시몽동과 기술과 예술을 결함한 백남준] - 김재희 교수
백남준은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동시에 엔지니어인 새로운 예술가 종족 의 선구자로 자신을 묘사하는 비평 기사를 읽으며 얼굴 붉힌 적이 있다고 한다. 오늘날 그 기사가 지나쳤다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백남준은 철학, 과학, 기술, 예술의 학제적 간격을 뛰어넘는 사유의 역량을 보여주었다.
그의 작업은 특히 기술과 자연의 대립, 기술과 예술의 대립, 기술과 종교의 대립을 무화시키면서 인간과 세계 사이에 기술이 제공하는 새로운 관계 양식을 창출했다. 시몽동의 말마따나, 인간과 세계의 관계는 '인간'과 '세계'를 양 항으로 품고 있는 하나의 앙상블로 비결정적이며 준안정적인 것이다. 어떤 매개자, 어떤 매체를 통해서 관계 맺느냐에 따라서 양 항의 존재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과학, 기술,종교, 예술 등은 세계에 대한 인간의 다양한 사유 양식들이자 인간이 세계와 관계 맺는 다양한 존재 방식들이다. 그러니까 마치 세계를 대하는 우리의 사유와 존재 양식에서 단단하게 굳어버린 경계, 구획, 구분 '이전의' 원초적인 흐름으로 되돌아가서 개체화된 모든 형태들 '이전의' 전개체적인 실재의 바탕으로부터 새로운 형태들을 만들어내듯이, 백남준은 인간과 세계를 관계 맺는 '새로운 미디어'로서 기술적이고 예술적인 발명품들을 발생시킨 것이다.
백남준을 통해 구축된 작품들은 단순히 '질료와 형상의 결합물'이 아니다. 예술가의 머릿속에 미리 그려져 있던 어떤 형상(아이디어, 의도, 목적)을 수동적으로 주어져 있는 질료에 부여하여 조립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개체화된 작품의 형태와 구조는 바탕과의 관계 속에서 조절되고 변조되면서 '형태화', '구조화되는 것이다.
여기서 바탕은 물질적 재료로서의 질료로 환원될 수 없는 것으로서 자연적인 환경과 기술적인 환경까지도 포함한다. 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머릿속에 있는 형상이라는 것도 잠재적인 공리계와 같은 정신적 바탕으로부터 하나의 정합적인 표상으로 구체화되는 것인데, 이 정신적 도식도 물리적으로 구현되는 작품 형태와의 관계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백남준의 작업은 형상과 질료를 미리 결정되어 있는 실체적 항으로 상정하는 질료형상도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발명하는 사유와 발명되는 대상 사이에, 정신적 도식과 물질적 조건들(자연적-기술적 환경) 사이에 정보를 교환하는 관계를 통해서 준안정적으로 구조나 형태를 획득하는 구체화 과정이라고 봐야 한다.
백남준은 "예술과 기술의 진짜 문제는 새로운 과학 장난감을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인간화하는 방도를 찾는 데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기술의 인간화'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기술을 인간화하는 데 예술이 갖는 역할은 무엇일까?
백남준의 사이버네틱스 미학 / 백남준은 뉴턴 물리학이 ""강함이 약함을 누르는 비융합적 이중구조와군력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양극과 음극 사이의 전극을 첨가시키는 진공관의 발명으로 / 약함이 강함을 이기는 결과( 즉 전류를 통한 정보전달이 물리적 힘을 이겨낸다는 )평가했다. 이것을 20세기 사이버네틱스 기술의 탄생(피드백을 통한 조절 작용)과 연결시킨다.
백남준이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무엇보다 관계양식으로서의 기술, 변환적 매개체로서의 기술을 말한다. 이는 백남준의 <기술의 인간화. 전략과 관련이 있다. 기계와 인간을 하나의 앙상블로 구조화하면서 인간과 세계의 관계맺음에 새로은 다리를 놓는다.
"우리는 열린회로 안에 있다."는 백남준의 사이버네틱스적인 사유는 인간과 기계를 열린 관계 속에서 하나의 앙상블로 묶는 기술적 사유에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진공관의 혁명을 강약의 이원적 대립을 넘어서는"불교적 제3의 길”로 읽어낸다. 예컨대 백남준의 「TV물고기」는 작동하는 기계 장치들(비디오), 살아 있는 자연(물고기), 이들의 관계를 발명하고 조절하는 인간, 이 세 항들 사이의 상호 작용에서 형성된 '기술적 앙상블'이다.
그러나 이 '인간적인 것-기술적인 것-자연적인 것의 앙상블'은 또한 '기술과 종교의 미학적 앙상블'이기도 하다. 백남준의 작품들이 제도화된 장르인 어떤 예술 영역 안에서의 심미주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존재론적 인상에 가 닿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적인 것-기술적인 것-자연적인 것의 앙상블'>
"우리는 열린회로 안에 있다."는 백남준의 사이버네틱스적인 사유는 인간과 기계를 열린 관계 속에서 하나의 앙상블로 묶는 기술적 사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진공관의 혁명을 강약의 이원적 대립을 넘어서는"불교적 제3의 길”로 읽어낸다. 예컨대 백남준의 「TV물고기」는 작동하는 기계 장치들(비디오), 살아 있는 자연(물고기), 이들의 관계를 발명하고 조절하는 인간, 이 세 항목들 사이의 상호 작용에서 형성된 '기술적 앙상블'이다.
그러나 이 '인간적인 것-기술적인 것-자연적인 것의 앙상블'은 또한 '기술과 종교의 미학적 앙상블'이기도 하다. 백남준의 작품들이 제도화된 장르인 어떤 예술 영역 안에서의 심미주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존재론적 인상에 가 닿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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