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희 여사가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백남준 작품에 대한 소견>
그런가 하면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은 소리며, 재미, 화면의 변화와 형태가 복잡하고도 다양하고, 화려한 빛을 내뿜고 있어서 제2전시실과 / 제3전시실 안은 관람객이 들어가기만 하면 그 어두운 곳에서 나오질 않았다. 하긴 텔레비전이란 화면이 자꾸 바뀌기 때문에 보게 되는 것이지 정지되어 있으면 오래 들여다볼 맛이 있을까? 백남준의 비디오 화면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었다. 두 군데 전시실에서 머리와 귀가 멍해질 정도로 뜻도 없이 윙윙대고 돌아가는 음악과 화면으로 얼이 빠졌을 관람객들은 이번에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야외 전시장에 설치된 비디오 조각을 푸른 수목 사이사이에서 발견하고 감상하게 되어 있었다. 마르코 폴로, 칭기즈 칸, 알렉산더 대왕, 캐서린 여제 같은 이름의 비디오 조각이 있었는데, 백남준 전시의 주제인 '전자 초고속도로-베니스에서 울란바토르까지 Electronic Super Highway, "Venice를 느끼게 하는 고비 사막 유목민의 이동 수단을 해학적으로 코끼리, 말, 오토바이, 폭스바겐 자전거, 우주선 등으로 표현하고 정보 고속화를 뜻하는 다양한 형제의 대형 TV를 접목한 조각들이 숲속에 군데군데 놓여 있었다. 나는 그중 한 작품을 우연히 배를 타고 다른 섬으로 가다가 발견했다. 지금 막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달에 착륙한 우주인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었다. 자르디니 공원 언덕 위에 설치된 그 우주인은 두 눈을 상징하는 둥근 서치라이트로 초록색 전광*을 바다 위에 내리비치고 있다. 마치 이번 베니스비엔날레의 심벌처럼 느껴지는 그 거대한 우주인 조각 이름은 '단군'이었다. 백남준은 역시 한국인이었다. <사진> 1993년, 제13회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린 자르디니 공원 숲속 언덕에 전시된 백남준의 '단군檀君, 스키타이의 왕포'의 비디오 조각이 단군상(像)은 배를 타고 지날 때마다 서치라이트로 된 두 눈으로 푸른빛을 강력하게 발산하여 마치 베니스비엔날레의 상징물인 것처럼 느껴졌다. 위 사진 이경희 -세 번째 이야기: 나 백남준 나의 유치원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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